[트렌드] 세계화시대 영어이름 짓기열풍
 
  보도매체 : 스포츠서울 작성일 : 2010-02-10 10:36 조회수 : 10424  
2002년 12월 26일 스포츠서울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사례1:서울 남산타운아파트에 사는 이진석씨(35)는 네살된 맏딸 정윤에게 붙여줄 영어이름 때문에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딸이 영어 유치원에 다니게됐는데 그곳의 모든 아이들이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만 부르기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름을 검토하다가 결국 딸의 한국 이름 정윤과 발음이 비슷한 죠앤으로 결정했다. ‘죠앤’은 요즘 집에 돌아오면 유치원에서 사귄 남자 친구 토미와 결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단다.

사례2:미국에서 오래 유학생활을 했고 지금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임홍균씨(40)는 6년전 맏딸인 서정이를 낳을때부터 영어이름의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에는 공주처럼 예쁘게 자라라는 뜻에서 스테파니라고 했다가 나중에 사만사로 바꿨고 최근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 애슐리 주드의 이름을 빌어 애슐리로 부르고 있다. 임씨는 “호적에 올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쉽게 이름을 몇번 바꿨지만 이제는 아이가 자기 영어이름을 애슐리로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3: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코트니(Courtney)란 이름의 여성은 매력적이고 지성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버사(Bertha)라는 이름에서는 뚱뚱하고 수다스런 여성을 연상한다고 한다.

영어이름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적합하고 좋은 영어이름 짓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상사 직원이나 국제관계 관련 업종,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했던 영어이름이 점점 보통 사람들이나 어린 세대까지 사용되면서 생긴 트렌드다. 흐름은 대략 두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기존의 한글이름에 걸맞는 영어이름을 새로 지으려는 시도다. 인터넷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영어 애칭을 아예 자신의 독립적인 아이디로 사용하려는 젊은 세대나 영어 조기교육 열기의 확산으로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영어 이름을 지어주려는 부모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아예 한글이름과 영어이름를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다. 일부 신세대 부모 사이에는 국제화의 조류에 맞춰 태어나면서부터 아예 영어로도 자연스러운 발음이 가능한 한글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다국적 이름의 유행이다. 영어이름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도 이런 트렌드를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과 데이콤천리안이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어이름을 짓는데 찬성하는 네티즌이 55.8%로 필요없다는 반응(34.8%)을 휠씬 앞섰다. 또 응답자의 19%는 이미 영어이름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름은 경쟁력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알 리즈와 잭 트라우트는 저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마케팅에서 결정해야 할 일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친화력있고 인상적인 이름은 개인의 인생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맥데이비드가 실시한 이름이 주는 선입견에 대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똑같은 작문을 작성한뒤 데이비드나 마이클같은 인기있는 이름과 엘머나 허버트같은 인기없는 이름으로 각각 제출하게해 교사들에게 채점을 하게 했다. 결과는 동일한 작문임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나 마이클이라는 이름으로 제출된 작문이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현직교사들은 엘머나 허버트가 일반적으로 열등생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한가지 예다.

그렇다면 영어이름을 지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영어이름 짓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름세상(babyname.co.kr)의 이은규 실장은 “한국인에게 가장 쉽고 적합한 외국식 이름 작명은 의미 접근법보다는 발음 접근법이 좋다”고 말했다. 서양이름이 주는 어원적인 의미보다는 한글 친화적인 발음을 따라가는 것이 휠씬 편하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양인모 사장의 영어이름은 이안 양(IanYang)이다. 한글이름의 느낌을 잘 살린 예다. 수진은 수잔,영미는 에이미,철수는 찰스라는 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한글이름과 유사하므로 효율성이 높고 애착이 더 간다는 것이다. 연예인의 경우 이름(또는 예명)을 그대로 영어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홍록기는 록키(Rocky),이제니는 제니(Jenny), 채시라는 시라(Sira)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 이실장은 “미국 사회보장국이 신생아 등록자료를 근거로 매년 발표하는 인기이름 순위(www.ssa.gov/OACT/babynames/)를 선호도 높은 이름짓기에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참고로 이 사이트에서는 각 10년대별로 역대 인기 이름을 검색할 수 있는데 지난해 가장 인기있었던 남자이름과 여자이름 베스트3는 각각 제이콥,마이클,매튜와 에밀리,매디슨,한나였다).

영어이름 짓기 사이트 ‘마이네임이즈(mynameis.co.kr)’는 의미접근법을 강조한다. 서양이름이 가진 고전적인 의미를 하나 하나 검토해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앤드류(Andrew)는 강하고 고귀한 영웅을 뜻하며 크리스토퍼(Christopher)는 행복한 수호자의 의미로 통한다. 티모시(Timothy)는 하나님이 주신 명예를 의미하고 제임스(James)는 평화를,니콜라스(Nicholas)는 민중의 승리를 가르킨다. LG화학의 허원구 상무는 “영국을 정복한 월리엄왕처럼 세계시장을 정복하겠다”는 의미로 자신의 영어이름을 윌리엄(William)으로 지었다는 일화가 있다.

요즘 신세대 부모사이에서 각광받는 작명법은 아예 다국적으로 쓸 수 있는 이름을 지어줘 한글과 영어 이름을 자연스럽게 혼용해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한글이나 영어로 발음할 때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이름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프로골퍼 박세리는 미국에서 ‘세리 팍’으로 불리지만 아무런 발음상의 문제가 없다. 미스코리아 김사랑이나 피겨요정 남나리 등도 이런 이름의 좋은 예다. 최근 영어유치원에는 수지 애리 지나 재인 등의 이름이 유독 많아 이런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위원석기자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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